2014년 박원순에 양보... 안철수 “지금은 선거 생각할 때 아냐”
이준석 “국민의당 최고 상품은 安”'- 野 지지자들 “안철수 경쟁력 있다”
여의도 정치권, 安 경쟁력에 의구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돌고 있다. “벌써부터 잿밥에만 관심을 두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줄 것”이라며 안 대표가 밝혔지만, 주변 인사들의 권유가 많다는 전언이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해 당선시킨 것이 안 대표 본인이므로,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가운데, 안 대표의 본선 경쟁력에 관한 논의가 범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安, “지금은 선거 생각할 때 아냐”…이준석 “安이 최고 상품”

안 대표는 15일 온국민공부방 강연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지금 선거를 생각할 때인가. 우리나라가 사자(死者)모욕과 피해자의 2차 가해로 (여론이) 완전히 나뉘어져 있다”며 “도덕 기준 등 여러가지 무너진 (가치를) 살리는 것이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딱 잘라 말했다.

사실 안 대표의 출마설을 처음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정치권 인사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근에 저한테 안 대표의 최측근 인사 중에 한 분이 ‘출마 어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선택이고 지금 국민의당이 처한 원내 현실에서 봤을 때는 안철수 대표가 최고의 상품이다”라며 “안 대표가 물론 대선 때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전에 보선에서 역할을 해서 좋은 성과가 난다고 하면 국민의당 전체 분위기가 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합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상황에서 입장을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안 대표와 통합당 간의 후보단일화는 곧 대대적인 야권 재편을 의미하기에, 복잡한 상황에 대한 예측을 당장은 내놓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 안 대표와 함께했던 문병호 전 의원 또한 15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넣는 주변 인사들이 좀 있다고 전했다. 문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출마하는 것이 본인에게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사진=연합뉴스>
▲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사진=연합뉴스>

명분‧경쟁력 측면에서 거론되는 안철수

이렇게 안 대표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여론이 활발한 것을 두고 일단은 명분론 차원의 강점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인해 행해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 대표는 박원순 전 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고 박 시장이 최종적으로 당선됐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서울시장직에 가장 적합한 인사가 안 대표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선거 구도상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이 범야권에서는 안 대표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여겨지는 것도 한몫한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14일 ’폴리뉴스‘와의 만남에서 ”민주당에서 박영선 의원이 후보로 나설 경우, 사실 통합당에서는 누굴 내도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선주자로서의 체급을 갖추었으며, 통합당 간판을 달고 있지 않은 안 대표 같은 강력한 정치인이 서울시장직에 범야권 단일후보로 도전해야만 10년간 이어진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대표 본인의 출마 의지 및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범야권 지지자들도 안 대표의 출마를 거들고 있다. 범보수야권 성향이 짙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안철수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는 없다“며 그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누구든 상관없으니 이길 후보를 내야 한다“는 식의 반응을 주로 보였다.

이처럼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우선적으로 당선 가능성을 범야권 유권자들이 염두에 두는 현상을 두고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5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따지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근 3번의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많이 절박해졌기에 최근 유권자 개인의 선호보다는 후보의 본선 경쟁력부터 따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하는 여론이 체감상 많고, 그 다음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거론된다“고 밝혔다.

’安 시장 카드‘에 의구심 갖는 여의도 정치권

김종인 ”안철수 출마 여부 자체에 의문 있어“

다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좋은 후보이지만, 복잡한 보수진영 내 세력구조를 잘 풀어나가면서 최종적으로 안 대표가 범야권의 후보 자리를 쟁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1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서울 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안 대표를 언급한 이준석 최고위원의 언행은 매우 경솔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여의도 식당에서 열린 오찬에서 ”안 대표가 나온다고 해도 제1야당은 후보를 낼 수밖에 없다“며 ”아직 만나지도 않았고, 굳이 안철수 본인이 또 서울시장 선거를 나오려고 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의 지도부에 속해 있는 김재섭 통합당 비대위원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문자메시지에서 ”안 대표가 당내 입지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경쟁력 측면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예 안 대표 자체의 경쟁력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거론되시는 분들은 전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필승카드라고 보기 힘들다“며 ”안 대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새로운 후보군을 계속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