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대법관 중 7명 무죄 판단, 5명 유죄 판단
“의혹 제기하는 상대후보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 한 것”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무죄로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지사는 이로써 지사직을 유지하고 대권 행보에 날개를 달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오후 2시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을 열어 “피고인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 중 7명은 무죄 취지로 판단했고, 5명은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절 재임시절인 2012년 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 고(故) 이재선 씨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TV 토론회 등에 출연해, 이 사건과 관련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면서 이 지사는 당선 무효 위기에 놓이게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날 “후보자 등이 후보자토론에 참여하여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의 주제나 맥락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닌 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어떤 표현이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재판부는 “후보자토론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할 때 후보자 등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의견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보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거나 질문하는 행위는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법리는 다른 후보자의 비판이나 질문에 답변하거나 반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을 “상대 후보자의 질문 또는 의혹 제기에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혹이나 질문에 대한 선제적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방 후보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이상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편 후보자토론회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설령 후보자 등이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 표현하더라도 토론과정에서의 경쟁과 사후 검증 통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그 토론과 후속 검증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선거의 공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 모두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모든 정치적 표현 발언에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이 부과한다면 후보자가 자신의 발언의 법적 책임 부담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고, 선거를 전후해 후보자토론회의 발언을 둘러싼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수사권 개입이 초래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선거결과가 최종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된다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이 지사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심리를 회피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은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이 강제입원 절차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허위사실 공표라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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