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본인 소유 회사와 카카오 2대 주주
카카오 경영진, 김 의장 측근 포진
무형자산·지분법주식·기업투자 등에 손실 발생

<폴리뉴스>는 지난 12일 ‘[단독][리얼 카카오](2) ‘브라이언과 어디까지 가봤니’ 재벌같은 족벌경영’에서 카카오 내부 임직원 의견을 종합해 작성한 카카오 그룹 지배구조도(모자이크 제거 버전)을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본지는 지배구조도에서 눈에 띄는 카카오 2대주주 회사에 주목했다. 카카오 내부 임직원들도 이 회사의 경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회사는 김 의장과 그의 친인척으로 구성돼 있다. 재벌은 상속, 세금 등의 목적으로 회사를 만든 뒤 그룹 지분을 나눠가진 채 회삿돈을 ‘사금고’처럼 활용한 전례가 있다. 재벌과 문화와 캐릭터가 확연히 다르다는 혁신 기업, 카카오는 재벌의 지배구조와 무엇이 다를지 살펴봤다.

카카오 그룹 지배 구조도. <사진=폴리뉴스>
▲ 카카오 그룹 지배 구조도.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이렇게까지 한 명에게 지배력이 집중된 대기업집단 상장사를 만나긴 쉽지 않다. 카카오는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의 강력한 지분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유리한 조건이지만 잘못된 경영을 견제할 방법도, 감히 직언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조건이기도 하다.

카카오 지배구조를 뜯어봤다.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이 카카오를 지배하고, 상장사인 카카오가 수십 개 계열사 지분으로 각각을 지배하는 형태다. 5월 카카오가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기업집단 카카오의 자회사는 97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휴·폐업, 청산진행 상태의 회사 4곳을 제외하면 93개다. 여기에 별도로 해외 계열회사 28개를 두고 있다.

카카오는 김 의장이 14.38%, 케이큐브홀딩스가 11.43%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둘은 카카오의 양대 대주주다. 케이큐브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개인 지분과 본인 소유 회사 지분으로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

카카오는 별도 지주회사가 없다. 대신 카카오가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며 인수, 분사 등을 통해 투자 규모와 진출 분야를 확장한다.

지배구조만 놓고 보면, 여느 대기업의 족벌경영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1인 지배적 영향력으로 보면 재벌보다 강력하다.

김 의장 개인소유 투자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 이사회 구성원 4명 중 3명이 김 의장과 혈연관계에 있다. 이사회가 김범수 본인, 김화영(동생), 형미선(배우자) 외 1인으로 구성돼있다.

카카오 측은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 “김범수 의장의 개인회사이고, 개인투자이므로 카카오가 대답해 줄 영역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카카오 기업집단으로 눈을 돌리면 김 의장의 ‘벗’들이 포진해있다. 카카오 공동대표인 조수용, 여민수 대표는 NHN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권승조 카카오IX대표는 조 대표와 대학 선후배, 직장에서의 인연이 닿아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는 삼성SDS, 한게임 등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력이 있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는 NHN 출신,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김 의장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동기다. 신인섭 전 카카오 CHO(인사부문총괄)은 삼성SDS 출신이다.

현재 카카오 사내이사는 김 의장, 여 대표, 조 대표로 구성돼있다. 이들의 임기는 올해 3월 25일부터 김 의장은 2023년 정기주주총회까지, 여 대표와 조 대표는 2022년 정기주총까지 예정돼있다.

이처럼 카카오 그룹의 운영진은 혈연, 학연, 직장 등 김 의장과의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최측근으로 구성된 운영진을 바탕으로 김 의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눈여겨봐둔 선후배나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일을 할 가능성이 높을 거 아니냐"고 설명했다. 

네포티즘(연고주의)는 김 의장과 1차적인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 내부 정보에 따르면, 권승조 카카오IX 대표은 부동산 투자를 함께하며 친분을 쌓은 한 여자 연예인의 딸(86년생)을 해외법인장에 앉혀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2018년부터 공채에 스펙을 전혀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요직 임용에선 스펙보다 연고가 중요한 셈이다. 김 의장을 둘러싼 1차 연고주의가 허용되면서 자회사에서 2차, 3차로 연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친분이 깊은 사람으로 '인의 장막'을 치고 그 속에만 머물면 자신과 다른 생각과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카카오 그룹에서 이런 우려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투자 활동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지만, 이를 방지하고 견제할 수단이 내부에 없었다.

카카오는 정관에서 32개 항목에 관련된 사업활동 및 투자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의 개발·제조 및 판매나 O2O(Online to Offline)같은 업종 외에도 교육, 의료용품 및 건강식품, 일반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카카오 단독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보면 투자로 인한 손실이 두드러진다.

카카오 올해 1분기 종속기업및관계기업투자 손상차손은 약 2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경우 1분기 약 66억 원, 한 해 전체로는 약 347억 원 수준이다.

무형자산에서도 손상차손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4089억여 원이다. 카카오엠 (구 로엔엔터테인먼트) 종속기업과의 인수, 합병으로 생긴 음악서비스 관련 현금창출단위 영업권 및 기타의 무형자산에서 발생했다. 시장환경 변화와 권리비용 징수규정 변경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원인이었다. 카카오는 영업권 3527억 원 및 기타의 무형자산 524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2017년에는 지분법주식에서 손상차손이 나왔다. 만나씨이에이(주) 외 5개의 관계기업에서 매출부진으로 회수가능액이 하락하며 138억 가량을 손상인식했다. 2016년에는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를 두고 Bejing KAKAO Co., Ltd 외 11개 회사에서 매출부진 및 계속적인 영업손실 등으로 약 205억 원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카카오는 정관을 통해 전체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정해뒀다. 그럼에도 회사의 경영·투자와 관련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거수기로 전락했거나 경영상의 책임 등에 대해 견제하지 못했단 의미다. 

견제없는 경영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과거 대우그룹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카리스마와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업확장과 차입경영을 이어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부채비율과 잦은 유상증자를 지적받았지만, 자금난과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그룹은 해체되고 2000년 주요 계열사가 전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 겸 라인 대표는 이사회에서 자리를 맡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한성숙 대표를 선임할 때부터 내부의 의사결정기구로 CEO 승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만 놓고 보면 이 GIO의 지배력은 회사 주식 3.73%가 전부다. 이를 두고 이 GIO는 지난해 6월 “네이버는 누가봐도 투명한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이것은 함께 네이버를 이끌어온 사람들과 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며 “저는 네이버 지분이 4%도 되지 않아 스스로 의사 결정할 만큼의 지분도 없고 처음부터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은 한번도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개인이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이 경영하도록 한단 의미다.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에 선정됐지만 순환출자가 없다. 업계에선 김 의장이 자녀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으로, 카카오가 일반 재벌과 다른 장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카카오는 순환출자가 의미없다. 견제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배권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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