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재도약해야

경남 거제조선소 근로자들.<사진=연합뉴스>
▲ 경남 거제조선소 근로자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조선업계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문제로 가장 난제를 겪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지난해에 비해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수주 물량은 지난해 극심한 수주절벽에 따른 기저 효과일 뿐, 큰 틀에서는 여전히 수주절벽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에 아직도 고용 위기를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근본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기존 병폐들을 걷어내는 과정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위기를 넘어서 반등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새 성장동력 찾기 위한 구조조정 필요

조선업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력한 구조조정이 실행돼야 한다.

그동안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금융권, 조선업계, 정부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어 조선업 중심의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다른 업계의 눈치를 보는 구조조정이 아닌, 조선업이 진정 살아남기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 상황과 경쟁 환경이 달라지면서 우리 조선산업도 호시절의 영광을 잊고 달라진 환경에 맞추어 새로운 전략과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장기적인 재도약을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는 물론 구조조정이 확고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익·고부가 사업에 집중해야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올 들어 조선업 수주가 상대적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호황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저가 수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고수익·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노르웨이 스타토일에서 상부구조물에 대한 입찰제안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심해 추출 가스에서 수분을 제거해주는 상부구조물은 해양플랜트 설비 가운데 가장 높은 건조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다른 조선사들도 입찰 제안을 받은 하부구조물은 기초 수준의 기술로 평가된다”며 “상부구조물은 고수익을 낼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한 이상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하루속히 저가 수주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로 인한 출혈경쟁이 지금의 위기에 한몫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부실을 불러오는 저가 수주를 과감히 끊어내고,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승부한다면 불황에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조선업 종사자 간 고용차별 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조선업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조선업 경쟁력 확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구성원 간 고용차별을 없애는 방안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공정한 기회와 보상을 기반으로 조선업 회생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업계 및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원청회사는 구조조정의 첫 단계로 ‘사내하청 쥐어짜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삭감, 복지혜택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에서 “그동안 조선업 사내하청의 경우 보상이나 대책도 없이 일자리를 상실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정규직과 사내하청 사이에 보다 공정한 고통분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조선업종의 경우 본사 직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본사 직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중공업 소속 정규직 근로자는 1만1301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357명이다. 하지만 업체의 공시에 나와 있지 않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분야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는 1만3974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949명 등으로 집계됐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만370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98명 수준에 불과하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5000여 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용접, 배관, 배선, 도장 등 배를 만들 때 단순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 많이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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