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文.權, 삼성특검 ‘反부패’ 고리로 협상 테이블 마련

지지부진하던 범여권 대통합 논의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살아나고 있다. 반부패 대통합을 추구하는 범여권에 삼성 비리가 특효의 역할을 하게 된 역설적 상황이다.

‘삼성비리-부패 세력 집권 저지’를 공통의 목표로 하고 있는 정동영-문국현-권영길 3자 후보가 가까운 시일 내 한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있어서 이미 뜻이 합치된 이들에게 ‘반부패’라는 또 하나의 확실한 연결고리가 생긴 셈이다.

지난 4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삼성비자금 관련 대선주자연석회의’를 제안했던 바 있고, 이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또한 5일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단일화 대상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질세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6일 정동영-권영길 후보에 ‘반부패 연대 및 부패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3자 후보 모두 반부패 연대를 명분으로 통합 협상 테이블에 오르려고 하는 것이다.

즉, 이들은 ‘중임제-내각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과 ‘반부패-삼성비리’라는 두 개의 축을 이뤄 통합 협상 테이블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범여권 제 후보들간 대통합 협상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권영길, ‘삼성비자금 관련 대선주자 연석회의’ 제안...반부패 코드 일치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권 후보는 지난 4일 ‘공공의 적 1호, 삼성왕국 해체와 이건희 부자 구속처벌을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통해 각당 대선주자들에게 연석회의를 제안했던 바 있다.

권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각당의 대선주자들은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집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에 위임받지 않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우리 사회를 주물러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삼성그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권 후보는 “이렇게 용납되어서는 안 될 특수권력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대선 후보들이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런 위협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분명한 척결의지를 가져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 후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각당의 후보들이 적어도 삼성 이건희 왕국의 하수인이 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고 ‘민주공화국’을 지키겠다는 헌법적 의무를 다시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비리 특수권력’ 해체를 위한 대선후보 대국민협약 체결을 위한 각당 대통령후보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특히, 권 후보는 “이번에 드러난 의혹에 대한 각 당 대선주자의 단호한 입장을 발표해주시기 바란다”며 “각당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해주기 바란다”고 각 후보들을 재촉했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문제를 포인트로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사실상 이 역시 ‘반부패’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기에 정동영-문국현 후보의 반부패 연대 개념과 상통하는 것이다.

정동영,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 제안...반부패 세력 집권 저지 총력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4일 이 같은 제안에 이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또한 5일 각 정당 후보들에게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이날 당산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 후보는 “언론에서 12월 대선이 부패 대 반부패 전선으로 갈라지게 되었다는 것을 중요하게 다뤘다”며 “사회 각 분야가 깨끗해지고 투명화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거부패를 상징하는 후보와 경제부패를 상징하는 후보가 12월 대선가도에 등장했다”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부패와 반부패 전선은 경제성장과 후퇴전선으로 직결된다”며 “반부패미래사회연석회의 개최를 제 정당 및 사회단체에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후보는 “정당 및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부패세력 복귀를 막아내고 퇴보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민노당, 창조한국당, 양심적인 시민단체가 모여서 부패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연석회의 제안과 더불어 당내 클린대한민국만들기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위원회에서는 ▲대통령 사면권 제한 ▲내부고발자 보호강화 ▲차명거래 계좌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가청렴위에 조사권 부여 등 5대 과제를 설정하고 추미애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문국현, ‘반부패 연대 및 부패세력 집권저지 위한 3자회동’ 제안

4일 권영길 후보가 ‘삼성비자금 관련 대선주자연석회의’를 제안하고 5일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두 후보의 연석회의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권 후보의 연석회의는 삼성비자금과 관련한 의제가 설정돼 있으며, 정동영 후보의 연석회의에는 삼성비자금과 관련한 의제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틈을 비집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6일, 두 후보의 제안을 조합해 새로운 ‘반부패 연대 및 부패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했다.

문국현 후보의 3자 회동에는 권영길 후보가 제안한 삼성비자금 문제를 포함, 정동영 후보가 제안한 부패세력(이명박-이회창) 집권 저지를 위한 내용까지 아우르고 있는 것.

문 후보는 6일 여의도 후보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비자금 및 검찰, 국세청 등의 이른바 ‘떡값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법 발의 촉구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의 전면 재수사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범국민대책기구 설립 제안 ▲위 3가지 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와 이행을 위해, 그리고 부패세력의 집권 저지에 대한 원칙 확인을 위한 3자 회동 제안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 역시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며 “만나서 논의하자는 저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문 후보는 기자회견 말미에 “하루 빨리 구린 게 없으면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국현 중심의 3자 회동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문 후보의 회동 제안에는 범여권 통합 대상 중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제외됐다. 이인제 후보가 금산법 폐지를 바라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금산분리 원칙을 폐기하고,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부패의 근원이 되는 것”이라며 “금산분리가 폐지되면 이런 폐해들이 몇 배 늘어날 것이며 더 많은 비리가 잉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부패 통합 테이블 주도권 다툼 치열...한 테이블에 오르는 데는 무리 없을 듯

한편, 정동영-문국현-권영길 3자 후보가 사실상 반부패에 대한 내용으로 한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고 있어 연석회의 성사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석회의-회동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노당 권영길 후보측 박용진 대변인은 5일 정동영 후보의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의 정책연합이나 후보단일화 제안은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정치공학적 접근일 뿐 아니라 정동영 후보 자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이른바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라는 현안에 대한 제안은 이미 어제 권영길 후보가 제안한 ‘삼성비자금관련 대선주자 연석회의’라는 공간을 통해 충분히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 개인의 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박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 역시 2002년 대선 비자금 문제와 이후 국고반납 대국민 약속 불이행 문제 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고 정 후보를 압박했다.

정동영 후보측은 문국현 후보의 6일 ‘반부패 연대 및 부패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3자 회동’ 제안에 대해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 후보측은 분명하게 문 후보 제안의 ‘수용’이 아닌, 전날 정 후보가 제안한 연석회의 제안에 대한 문 후보측의 ‘화답’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현미 대변인은 문 후보 제안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며 “어제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의한 데 대한 화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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