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바라는 바 받들어 ‘대연합’ 추구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에게 범민주개혁세력의 ‘대연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19일 정동영 후보의 예방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 후보에게 “국민이 바라는 바를 받들어서 국민의 뜻대로 대연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反한나라당-反이명박 세력의 대연합을 표현한 것으로 기존의 후보단일화 방식인 대통합민주신당 중심의 ‘단일정당, 단일후보’가 아닌, ‘정치 대연합’형 후보단일화 방식을 주문한 것이다.

즉, 각 정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닌, 각기 정치세력을 유지한 채 선거연합이나 정치연합 등의 형식으로 단일화에 참여하는 방식을 정 후보에게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범민주개혁세력의 후보 단일화 플랜에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후보 단일화 진행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한편, DJ 최측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정동영 후보 선거기획단 고문 위촉은 불발로 돌아갔다. 박 전 실장은 정 후보 측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 현실적(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문제로 수락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총선만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의원들에 대해서도 따끔한 질책을 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모든 후보가 승복한 데 대해 ‘아름다운 경선’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와 20분간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졌다.

“DJ, ‘연합’이라는 말씀 있었다”...후보단일화 방식 정치연합으로 주문

이날 정동영 후보는 조세형 대통합민주신당 상임고문을 비롯한 양길승, 지병문 의원 등 선거기획단 소속 및 당직자들과 함께 대통령후보 당선 인사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DJ-정 단독 면담 20분) 이어진 면담에서 정 후보는 한나라당과의 차별화 측면 및 ‘재벌 대 서민’, ‘평화 대 냉전대결’ 등 자신의 기본정책 골간에 대해 김 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 배석했던 최재천 대변인은 “정 후보 정책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좋은 것 같다. 소신이 있다면 운명을 걸 각오로 해야 한다'고 말씀주셨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대선 전략과 관련된 김 전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단일화와 관련된 추상적 언급이 있었다”면서 “국민이 바라는 바를 받들어서 국민의 뜻대로 대연합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연합이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정치권 내 모든 反이명박 세력인 ‘정동영+이인제+문국현+권영길’ 단일화 구도를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팽팽한 세 대결 때문에라도 어느 한 후보로 단일화에 굴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단일정당 내 단일후보’보다는 각 정당의 세력을 유지한 채 이뤄지는 ‘선거연합-정치연합’ 방식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정 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은 정치연합형 단일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DJ, “누구도 불복하지 않은 아름다운 경선이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부정과 불법으로 얼룩져 ‘진흙탕 경선’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대해 “아름다운 경선이었다”며 높이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경선 때부터 본경선이 마무리 될 때까지 누구도 불복하지 않았고, 마지막 3명 후보도 끝까지 경선을 완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 대변인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경선 때 세 분 연설 중계 다 봤다. 정동영 후보의 연설이 좋았다. 나머지 두 분 연설도 참 좋았다. 몇 달 전까지 사분오열 됐던 현실을 생각하면 경선에 승복하는 이런 자세야 말로 50년 민주화세력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 자세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외교에 있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97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있다”며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민주, 평화, 지식기반, IT 등 이런 면에서 되찾은 10년이고 창조한 10년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나라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경선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모바일 투표)선거인단 모집에 나서지 않았던 젊은 의원들을 향해 따끔한 질책을 가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젊은 의원들이 대선 성공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당선되면 여당 생활하고, 안 되도 국회의원 생활한다는 의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